일반인들에게 LG전자가 프로젝터를 내놓고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매우 새로운 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규모의 디스플레이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LCD 나 PDP 같은 디스플레이에 비해 프로젝터 는 항 상 뒷전으로 밀려있었다. 이미 몇차례 프로젝터에 대한 도전은 있어왔지만, 결과물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경쟁 사 인 삼성전자의 도전은 LG전자에게 영향을 끼친 듯 보인다. LCD 모델을 필두로 시작했던 프로젝터 라인업을 DLP 프로젝터로 새롭게 바꾸 었다. 그러나, 접근법에 있어서는 삼성과 전혀 다르다. 세계 일류라는 삼성전자의 슬로건 답게 그들의 제품은 700만원대의 고 가에 서 시작하여 미들 클래스인 300만원대의 제품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일본의 제품들보다도 비싸거나 대등한 수준으로 고급화를 지 향하 고 있다. 이에 반해, LG전자의 DLP 프로젝터는 대중적인 입문기에 초점을 맞춰 훨씬 넓은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물론 일본산 유 명 브랜드 제품들이 각축을 벌이는 입문기 시장에서 LG 제품을 선택하고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JT92를 본다면 더 이 상 그런 일이 어렵진 않을 듯 하다. LG전자의 신형 DLP 프로젝터 RD-JT92은 이 가격대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새로운 대 중 적인 프로젝터의 왕자를 노릴 수 있는 프로젝터이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다뤄봤던 LG 프로젝터에 대한 기억은 JA20 이라는 LCD 프로젝터였다. 1280 x 720의 HD급 LCD 패널로 제작된 홈시어터용 프로젝터는 당시 경쟁상대였던 소니의 11HT 나 같은 패널을 사용했 던 엡손의 TW100에 비해 월등히 강력한 가격경쟁력으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다소 부족한 색상 재현력과 긴 투 사 거리가 약점이 되어 상대적으로 큰 호평을 받지 못하고 서서히 잊혀져 갔다. 그렇게 사라진 것으로 알았지만, LG전자의 프로젝터 는 DLP 프로젝터로 새롭게 설계되어 등장했다. 국내에서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프레젠테이션용 모델들과 인포커스 의 X시리즈와 같은 다기능 프로젝터 그리고 리뷰의 주인공인 홈시어터용 프로젝터가 있다. 인포커스가 X1, X2의 다기능 프로젝터를 4:3 비율 의 800 x 600 의 DLP 패널을, 홈시어터 라인업인 ScreenPlay의 4800, 4805에 854 x 480 의 16:9 패널을 사용했던 것 처럼 LG전자도 똑같은 방법의 제품군을 구성했다. 다용도 프로젝터인 JT91은 4:3의 SVGA 패널을 사용했 고, 홈시어터 전용인 JT92는 16:9의 854 x 480 패널을 사용했다. 물론 두 모델의 디자인은 동일한 외형을 취하고 있으며, 인포커스가 그랬던 것 처럼 밝기 사양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홈시어터 전용이므로 JT92는 JT91보다 좀더 어둡게 만들어 밝 기가 떨어진다. JT91의 1700 안시에 비해 JT-92는 1100안시로 600 안시 정도 낮지만, 콘트라스트비는 2000:1 과 2500:1로 JT-92가 더 높은 명암비를 자랑한다. 사라진 밝기는 보다 안정적이고 높은 콘트라스트의 영상을 위해 타협된 것 이 다.

먼저 디자인부터 살펴보자. LG 프로젝터들의 디자인은 일본산 제품들과 달리 항상 독특한 모양을 취해왔다. 전작인 JA20에서 부터 사용한 화이트 펄의 수지 샤시는 여전히 이어진다. 화이트 펄과 함께 금속부분 은 마 그네슘 알로이로 열과 경도에 대한 유리한 소재를 사용하였으며, 흑회색과 펄의 백색의 조화는 매우 깔끔하고 보기에도 멋지다. 특 히 디자인 자체가 마치 커다란 백과사전같은 책을 연상시키는 다자인으로 제작되었으며 얼핏보기에는 노트북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 만, 두께가 9.5cm 가량으로 노트북으로 친다면 두껍겠지만 프로젝터로서는 매우 슬림한 편이다. 특이한 점은 입력단자부와 전면의 투사 렌즈 모두 덮개가 달려 내용물들을 보호해준다는 점이다.

앞서 소개한대로 DLP칩셋은 854 x 480 으로 인포커스의 ScreenPlay 4805, NEC의 HT410과 동일한 854 x 480의 0.55인치 DLP칩이다. 새로운 신형 DarkChip2 계열로써 12도 각도의 틸트를 갖는 DMD 소자들로 높은 콘트라스트를 자랑한다. 실제 스펙도 2500:1로 NEC 보다 높고 ScreenPlay와는 유사하다. 그러나, 영상을 만들어내는 회로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어찌보면 세기종 중에서는 가장 럭셔리한 편이라 할 수 있 는 ScreenPlay와 달리, JT92에는 Faroudja의 DCDi 와 같은 비디오 처리 기능은 없다. 오히려, NEC의 HT410과 마찬가지로 TI에서 제공하는 비디오 프로세서 + 스케일러가 일체화 된 DDP2000 DMD 컨트롤러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비디오 프로세싱의 성능은 NEC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상을 만들어내는 컬러 휠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이 부분은 HT410과 달리 ScreenPlay와 같은 6분할 4배속 휠을 사용하였다. 이외에 색상 조정 기능이나 기타 다른 특별한 비디오 처리에 관한 정보는 공개되어 있지 않다. 한편, 렌즈부분은 HT410과 같은 렌즈 쉬프트 기능은 없으며 줌과 포커스만 가능 할 뿐이다.

입력단자는 크게 4가지이다. DVI-D 단자와 D-Sub 15핀의 비디오 입력단자 그리고 S-Video와 컴포짓 단자가 지원된다. 컴포넌트 비디오 입력은 제품과 함께 들어있는 D-Sub-to-Component 변환 케이블 을 사용하여 연결할 수 있다. 한편, DVI-D 단자는 카피 프로텍선 기능의 HDMI와 호환되므로 DVI-to-HDMI 변환잭만 있으면 마란츠의 DV-9500 이나 삼성의 DVD-HD2000 같은 플레이어를 통해 1080i 또는 720p의 업스케일된 완전 디지털 비디오 영상을 볼 수 있다. 이제 이 정도 가격대의 제품이라도 디지털 비디오 연결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겠다.

셋업 메뉴 구성은 아마도 앞서 언급된 인포커스나 NEC보다도 훨씬 단순하고 명료하여 별다 른 셋업기능이 없다. 마치 LG전자의 텔리비전을 보는 듯 한, 미리 세팅된 값의 화질모드가 2가지 지원되며 디폴트와 사용자 모 드도 가능하다. 신호에 따라 밝기와 색레벨 또는 RGB 모드를 각각 조정할 수 있다. 이외에는 감마 설정치와 미리 고정된 값으 로 만들어진 색온도 설정등이 지원된다. 하지만, 전작들과 다른 점은 어떤 신호든지 JT92의 내부 스케일러를 거쳐 화면비를 맞추게 되 어 있다는 점이다. 즉, PC와 같은 신호에서 입력신호가 어떤 신호든지 상관없이 4:3 또는 16:9의 화면을 설정할 수 있다. 장점은 어 떤 4:3 신호도 패널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은 스케일러를 바이패스 할 수 없으므로 PC신호를 리얼 패 널 해상도로 연결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있다. 즉, HTPC의 유저들이라면 글자들의 가독성이 떨어지고 약간은 소프트해진 모니터 영상 을 봐야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영화화면의 전체화면 모드로 동작할때는 별 문제가 없다. 또 하나의 단점이라면 리모콘을 들 수 있겠다. 프로 젝터는 어두운 환경에서 사용하는 기기이다. 프로젝터의 리모콘은 TV의 리모콘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터 설 계 의 초보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백라이팅이 안되는 이런 엄한 리모콘을 설계한 이유가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JT92의 영상은 좋은 콘트라스트 및 밝기와 더불어 매우 대중적인 색상을 보여준다. 특히 색상은 전반적으로 블루나 레드의 색상들이 녹색과 밸런스가 알맞게 잡혀져, 흔히 DLP 나 LCD의 문제점으로 등장하는 녹조 현상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람의 피부색은 현실감이 있는 탁하지 않은 안정된 살색조로 재생되어 편안하고 자 연 스러운 색조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예전 LG전자의 LCD 모델과 달리 전반적으로 지나친 색조의 강화를 피하고 푸른기가 좀더 우세 한 약 간 차가운듯 한 영상에 레드의 배합이 적당히 혼합되어 RGB의 밸런스를 잡아 깨끗하고 답답하지 않은 보다 투명한 느낌의 영상 을 만들어냈다. 색상이 탁하거나 답답하지 않으며, 그림으로 보면 유화쪽보다는 수채화적인 표현에 더 능하게 느껴진다. 특 히 이런 차이는 NEC이나 인포커스에 비해 JT92가 갖는 색상표현에 있어서의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해상도는 입문기의 해상도지만, 그다지 크게 뭉개진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며 DVD 재생에서 는 해상도의 저하를 크게 문제되지 않을만큼 디테일들의 표현이 충분하다. 특히 HD 소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라면 기대이상으 로 꽤 쓸만한 HD영상의 장점을 즐길 수 있다. 영화 <매트릭스 리로디드>를 HD소스로 보면 DVD와의 커다란 해상도 차이를 곧바로 분간할 수 있다. 네오나 모피어스 옷에 담긴 디테일들도 제법 멋지게 살려내며 우주선 공간내의 다양한 디테일들도 또렷 하 게 보여준다. 특히, DVD든 HD든 윤곽선이 크고 굵게 나타나는 현상이 거의 없으며 밝기와 콘트라스트를 높여도 지글거리는 노이즈들 이 그다지 드러나는 일 없어 질감표현에도 능숙한 편이다.

무엇보다도 해상도와 관련되는 격자무늬 현상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아 대화면으로 확대해도 그다지 눈에 불편한 모양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굳히 정도를 가린다면 NEC의 HT410이 좀더 격자무늬가 덜 보이지만, JT92 의 수준도 매우 뛰어나 역시 시청거리만 가능하다면 120 인치 와이드까지도 도전해볼 만 하다. 굉장히 기이한 대화면의 확장 이 라 생각되겠지만, 충분히 좋은 스크린이 있다면 이런 무식한 도전에서 얻는 즐거움은 상상외로 크다. 단, 투사거리가 짧지 않 은 편이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요구를 감안해야 한다. NEC의 HT410보다는 약간 짧은 편인 듯 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아 100 인치 이상 의 대화면을 위해서는 4미터의 공간은 확보해야 할 것이다. 최근 발매된 인포커스, NEC 모두 투사거리에서 자유로운 모델 은 없 는 듯 하다.

이제 마지막으로 이 프로젝터에 대한 가치이다. 현재 가장 치열한 경쟁자인 인포커스, NEC와 비교해서 절대로 3순위에 속하지 않는 당찬 능력을 갖고 있다. 색상 표현에 있어서도 경쟁작들과 달리 답답하거 나 탁 하지 않은 투명하고 시원한 색표현을 보여주며, 정말로 2500:1의 스펙인지는 측정해 보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경쟁자들 이상의 콘트라스트와 안정된 밝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DVI 와 HDMI 같은 디지털 비디오 인터페이스에 대한 입력에도 대응하 고 있 어 기능면에서도 충분하다. 여러면에서 경쟁자들에게 결코 밀리는 부분을 찾기 힘들다. 오히려 그 이상의 성능을 지녔다고 해 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정도이다.

게다가 JT92은 경쟁자들보다 훨씬 저렴하다. 현재 모 업체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OS Screen의 PureMAT 스크린과 함께 패키지와 했음에도 불구하고 20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단순히 업체를 위한 홍보성 멘트 가 아니다. 굳이 이런 말을 남기는 이유는 스크린이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PureMAT 수준이라면 오히려 JT92 보다 비싼 프로젝터를 저가형 스크린에 볼때 보다 JT92에 PureMAT를 사용한 것이 훨씬 뛰어나다. 마치 비싼 프로젝터보다 더 뛰 어난 듯 한 전혀 다른 질감과 밝기, 콘트라스트의 영상을 보게 된다. 즉, 최종적인 영상 결과물은 전혀 다르게 뒤바뀌게 된다. 직 접 경험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30만원 정도의 스크린과 OS Screen의 PureMAT의 차이는 프로젝터 업그레이드 만큼의 차이를 느 낄 수 있다. 따라서, 기기만으로도 대등한 성능의 프로젝터에 천양지차의 스크린으로 최종 결과물을 비교한다면 그 차이는 두말 한 필요없이 뻔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JT92의 가격은 바겐세일과 다름없다. 나중에 프로젝터를 업그레이드 하더라도 PureMAT 스크린은 남지 않겠는가. 만약 당신이 지금 새로운 프로젝터를 그중에서도 854 x 480 해상도의 DLP 프로젝터에서 선택을 할 예정 이라 면 바겐세일을 놓치지 말길 권한다. (2004.11.30.)

출처 : dvdprime.com